이광호 글 『착한 민영화는 없다』(도서출판 내일을여는책, 2019) 발간

[말산업저널] 안치호 기자= 누가 독이 든 사과를 권하는가. 공공재는 이권인가 인권인가. 알수록 소름 돋는 민영화 이야기를 담은 이광호 글 『착한 민영화는 없다』(도서출판 내일을여는책, 2019)가 발간됐다.

공공재는 상품이 아니다. 2018년 제주에서는 또다시 민영화를 반대하는 촛불이 타올랐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시절 이후 10년 만이다. 우리 사회에 민영화 논쟁의 불씨를 다시 지핀 제주 영리병원은 우리의 건강보험 제도를 뿌리째 흔들어버릴 뇌관이다. 얼마 전 KTX 강릉선 탈선 사고로 물러난 코레일 사장도 철도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민영화를 꼽았다. 민영화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이다. 프랑스에서도 ‘노란 조끼’ 시위대가 다섯 달째 정부를 상대로 투쟁 중이다. 이들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반대하며 생활고 해소와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중에는 가스와 전기 요금의 인상을 초래한 민영화의 철회도 포함되어 있다.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핵심이라 할 민영화는 ‘공기업 선진화’ ’공기업 개혁’ ‘공기업 경쟁체제 도입’ 등의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되곤 한다. 민영화론자들은 민영화가 경쟁을 촉진해 서비스 개선과 가격 인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는 일종의 현실 왜곡이다. 앞서 민영화 정책을 시행한 외국의 사례들을 볼 때 민영화의 결과는 가히 폭력적이라 할 만하다. 물, 전기 등 인간 삶에 필수적인 공공재를 ‘접수’한 기업들은 무자비하고 악랄하고 가혹했다. 이윤 획득을 최고 목표로 삼는 기업들에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적 가치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윤 논리로 무장된 기업들에 ‘착한 민영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영화론자들은 ‘건강’마저 상품으로 취급하고 만다.

깨어 있는 시민, 깨어 있는 청소년. 민영화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논쟁의 밑바탕에는 ‘인간과 국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철학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착한 민영화는 없다』는 1부에서는 주요 공공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민영화 논쟁과 현황을, 2부에서는 민영화 논쟁의 바탕에 있는 이론들을 다루고 있다. 경제학, 철학, 정치학을 망라하는 내용이지만 10대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쓰였다. 실제로 지금 청소년들은 민영화가 계속 추진될 경우 그 폐해를 고스란히 겪게 되는 세대라는 점에서 민영화 정책의 향방에 대해 감시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가 ‘깨어 있는 시민, 깨어 있는 청소년’이 될 것을 당부하는 까닭이다.

협동만이 인류를 구할 것이다. 『착한 민영화는 없다』가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명료하다. 삶에 꼭 필요한 공공재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 권리로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그러자면 ‘경쟁’이 아닌 ‘협동’의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이권’보다 ‘인권’이 우선인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2017년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졌던 ‘나라다운 나라’를 찾는 외침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글 이광호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신문기자 일을 했다. 사람들이 고루 잘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노동조합과 진보 정당에서도 일했다. 지금은 인터넷신문과 함께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철학책 『위! 아래!』를 썼고 『진보가 보수에게』,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 등을 공동으로 펴냈다. 현재 인터넷신문 <레디앙> 공동대표, 전태일재단 운영위원이다.

이광호 글 『착한 민영화는 없다』(도서출판 내일을여는책, 2019), 정가 15,000원(사진 제공= 도서출판 내일을여는책).
이광호 글 『착한 민영화는 없다』(도서출판 내일을여는책, 2019), 정가 15,000원(사진 제공= 도서출판 내일을여는책).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