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발전이 이뤄지지 못해 사회 경제 문화가 억압당하는 검찰독재의 한 복판에서 계묘년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새해는 시작되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은 채 우리의 삶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자포자기의 상황을 넘어 이제는 위드코로나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단 대한민국의 상황만은 아닙니다. 전 인류에게 몰아닥친 재앙에 대하여 지구촌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상징인 주식은 추락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지 못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공포에 시달리고
병장이 되자 간이 커져서 일석점호를 마치면 혼자 궁평리 마을 가게에 나가서 전화도 하고 호빵도 사먹고 소주를 마시면서 부대로 돌아온 일이 몇 번 있었다. 신통한 안주도 없이, 걸으면서 병째 들고 급히 마신 술이어서 아우라지 다리가 저 밑에 보일 때쯤이면 취기가 올랐다.고요한 밤에 혼자 아우라지 다리를 건너자면 다리 바로 밑으로 큰물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무섭기도 했다. 나는 동행이 있기나 한 듯이 큰 소리로 이 새끼 저 새끼 욕도 하고 군가를 부르기도 했다. 아우라지 다리 중간에 하류 쪽을 보고
1월1일에 뜨는 해는특별히 새해 입니다오늘 해가 특별히 새해인 것은365번째를 지나 첫번째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희망이기 때문 입니다깊은 절망의 늪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날저 해가 힘차게 떠오르는 한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억지로의 희망 입니다죽지 못해 사는 사람에게도저 해는 희망이어야 합니다구석구석 어두운 곳을 비추는 새해허름하고 누추하고 실패했다고생각하는 인생 위에도 벅차게 희망을 뿌립니다이 땅의 모든 꿈들이여이 세상의 모든 간절함이여복받쳐 가슴이 터지도록가슴이 뻥 뚫리도록희망의 새해 인사를 나눕시다새해 복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2019년을 사는 우리에게 ‘촛불’은 무엇일까. 변혁의 현장에서 촛불을 든 우리는 누구일까. 촛불로 정권을 바꿨지만, 그 ‘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김문영 말산업저널 대표가 생애 첫 시집,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다시문학, 2019)’을 내고 글지(작가)로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다시문학 출판사의 ‘다시, 시인들’ 제3편이다.제목에서 보듯 ‘비시(比詩)’ 즉, 시답지 않은 시집에는 정제되지 못한 언어 나열, 상투적 비유, 억누르지 않은 감정의 분출 들이 열거됐지
델리에서 캘커타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지역에 지속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1995년 8월 3일은 음력으로 칠월칠석이었다. 견우직녀가 하늘나라 오작교 위에서 만나 흘리는 눈물이 비가 되어 쏟아진다는 전설은 혹시 인도 땅에서 비롯된 것이나 아닐까 싶었다. 1992년 칠석날에도 히말라야 북부 사막 지대인 라다크의 라마유르라는 곳에서 비를 만났다. 허름한 로지의 발코니에서 황량한 사막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오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순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매캐한 냄새가 났다. 반시간 쯤 지난
삼촌네 약방에서 옆으로 한두 집 건너에 사진관과 다방이 있었다. 그 둘 사이에 좁은 골목이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곧장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깊숙이 꺾이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골목이 꺾인 모퉁이에는 늘 오줌이 질펀했으며 가끔 뱀이 똬리 튼 것 같은 똥덩어리들도 지독한 냄새를 피우고 있었다. 골목 끝에 허름한 빈집이 있었다. 우리가 형이라고 불렀던 큰 아이들이 그 집을 ‘본부' 삼아 드나들며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은밀한 장난을 하며 놀았다. 큰 아이들로 이루어진 패거리들은 어른들의 감시를 피해 못된 짓을 할 으슥한 장소를 본부라고 불렀
피케 순례의 마지막 날, 마침내 지리의 시장통에 들어섰을 때였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마주 오는 사람들 속에서 '안녕하십니까'하며 반갑게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지리 시장통 초입에서 여인숙 겸 식당인 체르둥 롯지를 운영하는 비제이 지렐(30 대 초반)씨였다. 지난 봄 순례의 마지막 밤을 그의 롯지에서 묵었을 뿐인데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지렐(Jirel)이라는 성이 말해 주듯이 그는 지리의 토박이이며, 지리를 거쳐 간 수많은 트랙커들 사이에서 잔뼈가 굵었기에 여러 나라의 인사말을 구사할 줄 알았다. 그는 나에게 영어 불어
[말산업저널] 안치호 기자= 네팔 트리술리 강을 거슬러 오르며 9일 동안의 여정을 사진에세이로 펴내며 골골이 깃들어 사는 원주민 부족들의 인심과 풍정을 싱그럽게 그린 김홍성 시인의 『트리술리의 물소리』(다시문학 2019)가 발간됐다. 출판사는 ‘다시문학(대표 김문영, 주간 윤한로)’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 신간이다.『트리술리의 물소리』는 석청 구매를 목적으로 했던 히말라야 탐방기다. 염소를 기르고 감자를 심고 기장 죽을 먹는 농부, 풀 짐 지는 아낙, 소주 고는 모녀, 눈길을 맨발로 걷는 셀파, 퇴락한 법당, 목 잘린 불상, 헛간에서
자프레의 셀파 호텔에서는 감자 졸임 말고도 토종 배추의 일종인 싹이라는 채소 졸임이 반찬으로 나왔다. 달(녹두죽의 일종)도 걸쭉하니 맛이 좋았다. 오랜만에 아주 만족스럽게 먹고 이도 닦은 후에 아직 덜 마른 양말 네 켤레를 배낭에 주렁주렁 매단 양말 장수 행색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 지난 2월 하순에는 눈이 무르팍까지 쌓여 있던 똘루 곰파에서 오는 길을 거슬러 가는 것이다. 능선이 나오고, 석경담이 나왔다. 석경담과 나란히 난 길 끝에서 길은 갈라지는데, 곧장 가는 길은 불부레로 가는 길이었다. 좌측으로 난 길이 똘루 곰파로 이어지
티하르 명절 아침이다. 짐을 진 조랑말들이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조랑말의 엉덩이와 길바닥 돌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묘한 화음을 이루며 아프게 들린다. 여기는 돌포 바잘의 네왈리 마을. 주막집과 점포들이 길가에 늘어선 마을. 낮에는 소를 위한 가이 자트라가 있고, 밤에는 부자가 되게 해주는 락시미 뿌자가 있다. 어느 집에선가 쿵쿵 절구질 하는 소리가 난다. 비는 오다 말다하고, 우리는 기어이 장에 나와 해장술을 마신다. 어린이처럼 작고 천진한 라이 영감과 할망의 좁고 허름한 주막집이다. 아침부터 혀 꼬부라진 체뜨리 영감이 술주정을
지난봄에는 술 취해서 걸었던 밤길을 낮에 걷자니 처음 걷는 길 같았다. 유채꽃이 환하게 핀 농가들, 산비탈의 다락논, 푸른 하늘 밑에 새하얗게 빛나는 설산 룸불 히말이 모두 새롭게 보였다. 커다란 보리수가 서 있는 길가의 밥집에서 라면을 먹고, 가파른 산비탈을 오래 내려가 출렁다리 건너편 산비탈 위에 있는 절쿠의 셀파 호텔에 도착한 때는 오후 3시 경이었다. 내친 김에 두 어 시간 더 걷고 싶었지만 이곳 셀파 호텔만큼 괜찮은 숙소나 밥집을 해지기 전에 만나기는 어렵다는 앙 다와 씨의 의견을 존중해야 했다. 셀파 호텔은 지난봄에 들러
새벽 4시에 배낭을 꾸렸다. 우리가 꾸린 배낭은 모두 세 개. 두 개는 김 선생과 내가 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길동무 앙 다와 셰르파가 멜 것이다. 오리털 파카, 오리털 침낭 등 '새털같이 가벼운 것들'만 들어있는 우리의 배낭은 부피만 컸지 무게는 별 것 아닌데 비해 앙 다와에게 맡길 배낭의 부피는 우리와 같을지언정 무게는 두 배가 넘었다. 앙 다와의 배낭에는 김 선생과 내가 함께 쓸 꽤 많은 배터리들과 비상식량 등 무거운 것만 골라 담았을 뿐만 아니라 타멜에서 구입한 2인용 텐트까지 매달려 있었다. 내가 메 보니 어깨를
산은 깊을수록 푸르다. 깊고 푸른 산골로 들어가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살던 나는 어느 날 문득 사람이 그리웠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서울로 가는 여비를 마련해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 소설을 써서 원고료를 받았다. 부지런히 써도 한 달 수입이 10만 원을 겨우 넘었다. 지인들이 보내주는 쌀과 지천으로 널린 나물과 약초를 캐서 근근이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사실 돈이 필요 없었다. 내가 돈을 멀리했는지 돈이 나를 피해 달아났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돈보다 더러운 법 없이도 살 수 있으니 돈이 무슨 대수라, 했다. 가끔 헤어진 연
밥이라도 같이 먹을 것을……. 하는 아쉬움을 떨쳐내면서 반시간 쯤 더 걸어 창마라는 곳에 이르자 보우다 탑이 있고 탑 주변에는 커다란 롯지들이 보였다. 총누리는 나를 붓다 롯지로 안내하고서 달밧과 함께 오믈렛을 주문했다. 부다 롯지의 달걀이 상했던 것 같다. 밥 먹고 일어서서 10 분 쯤 걸었을 때 얼굴과 목에 두드러기가 돋으면서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었다. 산중의 허름한 롯지에서 계란을 먹고 두드러기가 생겨 여러 날 고생한 예전 일이 떠올랐다. 걸음을 멈추고 배낭에서 약주머니를 꺼내었다. 약 주머니 속에는 벌레 물린데 바르는 물약,
겐자의 가게에서 일어설 때 락시미는 내 배낭을 들러 메었다. 거들어 주겠다는 뜻이었다. 안 된다, 이리 내라 해도 말을 안 듣더니, 튼튼한 어른이 어린 소녀에게 배낭을 지게 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고 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배낭을 벗어서 내게 건네주었다. 겐자 동구에는 마오이스트 공산당이 세운 아치형 문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낫과 망치를 겹쳐 놓은 공산당 심벌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슬로건이 붉은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바로 앞에는 총을 들고 서성이는 전투 경찰들의 초소가 있었다. 이는 마오이스트 공산당과 경찰이 공존한다는
낮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막걸리를 얻어먹었는데, 저녁이 되자 동네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장만하여 숙소로 찾아 왔다. 이미 반 말 정도를 마시고 얼큰하여 돌아온지라 더 이상 마시면 크게 취할 줄 뻔히 알면서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 잔은 받고, 누구 잔은 안 받겠는가. 조금만 달라고 부탁해 보았지만 그게 통하지 않았다. 주전자를 들고 서서 내가 잔을 비우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잔은 차야 맛, 임은 품어야 맛이라는 술꾼들의 풍류는 셰르파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대취하였는데, 웬 부인이 소주
지난주 한국 경마산업 종사자는 물로 세계 경마계는 대한민국 대표마 ‘돌콩’(수말 5세, 이태인 마주)이라는 경주마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 경주마가 세계 최고 상금(총상금 136억원, 우승상금 82억원)이 걸린 두바이월드컵 경마대회 본선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한국경마 97년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첫 예선전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경주를 치를수록 승승장구했다.‘돌콩’은 지난 12월 두바이 원정을 떠난 이래 현지에서 총 4번의 경주에 나섰다.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 초반 2번의 경주에서는 하위권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타파팅의 음식은 내 입맛에도 맞았다. 쌀밥과 녹두죽, 싹(갓 비슷한 토종 푸성귀)과 감자를 함께 볶은 떨꺼리(반찬의 총칭)는 정성이 깃든 것이어서 그만하면 흡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집 여자들이 빚은 술(창과 락시)에 토속적인 향취가 진하게 배어있어 좋았다. 주막집 타파팅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청년들 가운데 서넛은 네팔 제헌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의 투표권을 얻기 위해 고향으로 주민등록을 내러 가는 길이었다. 앙 도로지의 고향 친구라는 중년 사내 나왕 초상 셰르파도 타파팅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와 같은 버스로 여러 가지 물건
앙 도로지 씨가 소개한 총누리 셰르파는 스물세 살 먹은 건장한 청년이었다. 고향 파부르(빠뿌레)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닌 후 농사를 거들다가 승려였던 동생과 함께 카트만두로 나와서 트레킹 포터(짐꾼)로 일한지 4년이 되었다고 했다. 4년 동안 그가 경험한 산은 칸첸중가, 마나슬루, 르왈링,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 등이었다.형제는 트레킹 시즌이 아닌 여름이나 겨울에는 고향에 돌아갔다가 봄 가을에 다시 카트만두로 나와서 트레킹 일거리를 찾는다고 했다. 아직 겨울인 한 달 전부터 카트만두에 나와 있었다는 총누리는 나와 함께 다
[말산업저널] 안치호 기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김선영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이전 청소년 도서로 유명한 원작을 일반인 버전으로 재구성해 발행한 신간인 김선영 글, 『내일은 내일에게』 (도서출판 특별한서재, 2019)가 발간됐다.줄거리는 새엄마와 이복동생과 함께 사는 연두가 혼자 버려질까 걱정하는 상황 속에서 시작된다. 엄마와의 다툼으로 돌연 이복동생 보라와 단둘이 집에 남게 된 연두는 철거촌 허름한 건물에 오픈한 ‘카페 이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카페의 우체통을 통해 전해지는 친구와의 교류, 카페를 찾는 다양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