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수 글 『길 끝에서 사라지다』(도서출판 삶창, 2019) 발간

[말산업저널] 안치호 기자= 유신독재 정권이 한 인간의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했을까. 유신독재 정권 1970년대의 암흑기를 생동감 있게 그린 윤동수 글 『길 끝에서 사라지다』(도서출판 삶창, 2019)가 발간됐다.

한 청년이 사라졌다. 그는 유신독재 정권에 저항하자는 '궐기문'을 전국의 대학에 돌리고 좁혀 오는 수사망에 결국 자수를 택했지만, 중앙정보부는 그 청년에게 학생운동 내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다. 그는 한사코 그것을 거부했으나 정보기관의 압박은 점점 더 가혹해진다.

도리어 '학원 민주화' 투쟁을 기획하며 시대적 상황과 맞선다. 하지만 고문을 받아 불구가 된 친구와는 다르게 고문당하지 않고 나온 전력을 앞세운 정보기관의 프락치 활동 강요는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 결국 다시 중앙정보부에 잡혀가지만 탈출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소설은 여기서 끝난다.

이 소설은 유신독재 정권이 한 인간의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했는지 '하진무'라는 인물을 통해서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동시에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만들어낸 비굴한 지식인의 자화상도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다.

연인인 오인희가 생존 인물들의 기억을 통해 하진무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들어내는 인터뷰 및 회고담을 중간중간에 삽입한 형식도 유신독재 시절이 단지 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하진무를 수사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공포감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정신이 무너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 소개

글 윤동수
1990년 사상문예운동 겨울호에 중편 『새벽길』을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광주 5월 항쟁 주역인 윤상원의 이야기 『윤상원 평전』(오월의 입맞춤)과 자동차 하청공장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록한 『당신은 나의 영혼』을 썼고 소설집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를 출간했다.

윤동수 글 『길 끝에서 사라지다』(도서출판 삶창, 2019), 정가 14,000원(사진 제공= 도서출판 삶창).
윤동수 글 『길 끝에서 사라지다』(도서출판 삶창, 2019), 정가 14,000원(사진 제공= 도서출판 삶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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